한남동에 있는 오마카세 흐붓 추운날씨를 따시게 해준 음식

 

한남동흐붓



한남동에 있는 오마카세 흐붓은 친구 둘과 함께, 그러니까 남자 셋이서 다녀온 자리였다. 이런 곳은 보통 둘이 가거나 커플이 많을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막상 셋이서 가보니 오히려 분위기가 더 편했다. 방문 전에는 미리 예약을 해두었고, 예약 시간에 맞춰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니 날씨가 유난히 매서웠던 날이었다. 몸은 잔뜩 움츠러들었는데, 이상하게도 그날의 식사는 시작 전부터 묘하게 기대가 됐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원테이블 공간 특유의 조용함이 먼저 느껴졌다. 그리고 바로 마주한 셰프. 큰 덩치를 지니셨지만 인상에서 친절함이 먼저 전해졌다. 말투도 부드럽고, 손님을 대하는 태도에서 여유가 느껴졌다. 요리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해외의 유명 외국 대학에서 요리를 공부했다는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었는데, 괜히 음식에 대한 신뢰가 한층 더 올라가는 순간이었다. 화려하게 자기 이력을 내세우기보다는, 질문에 담담하게 답해주는 태도가 오히려 인상 깊었다.




한남동오마카세



메뉴는 단 하나, 내 마음대로 코스. 오마카세답게 그날의 재료와 흐름에 따라 차례차례 음식이 나왔다. 자세한 메뉴 설명을 길게 늘어놓기보다는, 전체적으로 느껴졌던 인상만 말하자면 재료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이어지는 구성이라는 느낌이었다. 사시미는 깔끔했고, 중간에 나오는 따뜻한 요리들은 확실히 체온을 끌어올려줬다. 특히 추운 날씨 탓에 몸이 꽤 차가워져 있었는데, 접시 하나하나가 나올 때마다 자연스럽게 긴장이 풀렸다.

셋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먹다 보니, 음식이 단순히 배를 채우는 역할을 넘어 분위기를 만드는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기 요리는 과하지 않게 중심을 잡아줬고, 중간중간 나오는 요리들이 전체 흐름을 끊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요리가 튀지 않으니 대화도 끊기지 않았다. 오마카세가 주는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이런 지점이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건 그날의 온도다. 밖은 정말 추웠고, 한남동 골목의 바람도 만만치 않았는데, 이상하게도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는 몸이 한결 따뜻해져 있었다. 단순히 난방 때문이라기보다는, 따뜻한 요리와 편안한 응대, 그리고 함께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온기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14만 원이라는 가격이 숫자로만 느껴지지 않고, 하나의 경험으로 남았다.




한남동오마카세흐븟


흐붓은 화려함으로 기억되는 곳은 아니다. 대신 조용히, 천천히 , 그리고 정직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남자 셋이서 가도 어색하지 않았고, 오히려 편안했다. 추운 날에 다녀왔기에 더 또렷하게 남은 기억이지만, 계절이 바뀌어도 이곳의 온도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엔 또 다른 계절에, 다른 재료로 흐붓의 내 마음대로 코스를 다시 한 번 경험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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